러스티 윌리스의 네 손가락 퓨엘(FUEL)
2018년 1월 19일 금요일,
러스티 윌리스는 새끼손가락이 없는 클라이머입니다. 하지만 등반을 향한 그의 열정은 누구 못지않게 뜨겁습니다. 손가락 하나가 없는 그는 자신에게 맞는 아이스 장비를 찾고 싶어 했습니다. 블랙다이아몬드가 나설 차례였죠.
“열 손가락이 다 있으면 인생은 너무 쉬워서 재미없죠.”
러스티 윌리스가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그의 이런 “긍정적인” 자학개그만 봐도 여기 수염이 더부룩한 몬타나 출신의 클라이머가 어떻게 뛰어난 클라이머가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잃어버린 왼손 새끼손가락은 실제로 극복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던집니다.
그의 친구 더크 샤보는 건설업에 종사하는 러스티에게 “등반 노동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는 집 근처 보즈먼의 인근 산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며 어렵게 등반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며 생색내는 법이 없습니다. 하이라이트 협곡에서 WI 5급 루트를 온종일 등반할지라도 집에 돌아와서는 가정에 충실한 가장일 뿐, 등반에 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죠. 그렇게 아침이 밝으면 45살의 러스티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평범한 건설업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말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샤보가 말합니다. “자랑하는 편도 아니에요. 실천하는 타입이죠. 평소 타일과 관련된 일을 하므로 육체적인 일에도 익숙합니다. 말 그대로 등반 노동자이죠.”
지난 근로자의 날에 러스티는 커스텀 흔들의자를 제작 중에 손이 미끄러져 손을 다치고 맙니다.
“나뭇조각이 뒤로 튕겨 날아갔고 제 손이 미끄러져 톱으로 들어갔어요.” 그가 덤덤하게 말했습니다. “새끼손가락이 깔끔하게 잘려나갔죠.”
러스티는 곧장 집으로 달려가 아내에게 가방을 챙기라고 말했고, 톱밥 속에서 심하게 훼손된 새끼손가락을 찾아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잘려나간 손가락의 훼손이 심해 다시 붙이지는 못했죠.
“뭐 없어진 건 없어진 거고, 있는 거 가지고 잘 살아야죠.” 러스티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의 아내 말에 따르면, 그가 응급실에서 의사에게 처음으로 물어본 것이 대체 아이스 클라이밍을 언제 다시 할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락 클라이밍은 그럭저럭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러스티는 진짜배기 겨울 클라이머였죠.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아이스 클라이밍이었습니다.
“장비를 잡는 법 때문에 걱정이 컸어요.”라며 러스티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한 달 반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손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장비를 잡을 그립조차도 없었어요. 재활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남은 아홉 손가락의 그립을 되찾기 위해서 끊임없는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어요.” 그의 친구 샤봇이 말했습니다. “장비 또한 본인에게 맞게 개조해야 했죠.”
그는 애용하던 블랙다이아몬드 코브라 아이스 엑스를 먼저 개조했습니다. 손잡이 부분에 손가락 걸이를 추가했고 빈 새끼손가락 자리에 받침대를 달았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하나도 되는 게 없었어요.” 러스티가 말했습니다. “굉장히 불편했고, 손가락 걸이를 빼고 받침대만 대는 식으로 퓨전 바일도 개조해 보았는데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스윙 그립이 문제였습니다. 장비를 개조하자 장비의 무게와 역학이 바뀌었고, 피크를 효율적으로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조준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그가 설명하기를, 새끼손가락을 내민 채로 주먹을 쥐어 보면 새끼손가락 없이 살아가야 하는 그의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죠. 모든 루트를 리드하던 그가 탑로핑에만 의존해 파트너를 뒤에서 따라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는 2017 보즈먼 아이스 페스티벌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러스티는 엉망진창이 된 그의 장비를 들고 샤봇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샤봇은 러스티를 도와줄 더 적합한 사람을 알고 있었죠.
바로 KP, 블랙다이아몬드의 모든 장비를 엔지니어링 하는 카테고리 디렉터 콜린 포윅이었습니다. 러스티와 콜린은 만나자마자 아이스 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콜린 포윅은 지난 몇 년간 러스티의 행보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등반한 샤봇과 러스티의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쭉 그들을 만나고 싶어 하던 찰나, 우연히 러스티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가 처한 불행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된 것이죠.
“직접 개조한 코브라의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더라고요.”라며 콜린이 말했습니다. “보즈먼에서 그를 처음 보자마자 장비에 대해 물었죠.”
생각처럼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하더군요.
“러스티는 제게 새끼손가락이 없으면 악력이 50%로 감소된다고 설명해주었어요.” 콜린이 말을 이었습니다. “의사가 해준 말이라던데, 정말 놀라웠죠.
이어 러스티는 그립의 밸런스가 깨져 장비를 다루기가 매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그를 꼭 돕고 싶었던 콜린 포윅은 즉시 해결책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콜린이 블랙다이아몬드 아이스 엑스 퓨엘을 유심히 살피며 어느 부분을 잘라 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러스티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장비를 제 손에 쥐여주고 관찰을 끝내더니 ‘오케이, 알겠다.’라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죠.”
블랙다이아몬드 본사로 돌아온 콜린은 즉시 제품 엔지니어들을 찾아가 이야기한 후 러스티를 위한 장비를 특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콜린은 먼저 브렌트 바그한을 만났습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주차장에 주차된 밴에서 생활하는 24살의 브렌트는 엔지니어링의 마술사입니다. 콜린은 그에게 러스티의 사진을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브렌트는 즉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불과 며칠 만에,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한쪽 손잡이가 다른 한쪽보다 짧은 한 쌍의 퓨엘이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일은 이제 시작이었죠. 다음으로 콜린은 디자인부 차장 케이시 자비스를 찾아가 개조한 퓨엘에 로고를 새기는 작업을 요청했습니다. 케이시의 지시 아래 신입 산업 디자이너 그레이엄 터너가 러스티의 손가락 사진을 캐드 프로그램으로 본떠 네 손가락 모양의 로고를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레이저를 이용해 러스티의 이름과 로고를 장비에 새겨 넣었죠. 이렇게 러스티 윌리스 포 핑거 퓨엘이 탄생했습니다.
아직 한가지 과정이 더 남아있었습니다. 콜린은 코티 마요를 찾아가 러스티의 장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세 시간 후에 제 책상에는 코티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개조된 네 손가락용 장갑이 네 쌍 놓여있게 되었죠.”
콜린은 장비를 꾸려 러스티에게 보냈습니다.
러스티가 느낀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에 그가 남긴 글입니다.
실제로 러스티의 등반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을 잃은 후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러스티가 말했습니다. “남들의 뒤만 졸졸 따라다닐 뿐이었죠. 리드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포 핑거 퓨엘이 어떻냐고요?
“첫날부터 모든 루트를 리드할 수 있었어요.” 그가 웃었습니다. “다시 복귀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샤봇의 파트너는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항상 자기가 불리할 때마다 ‘난 손가락이 아홉 개밖에 없잖아.’라는 말을 하더군요.” 샤봇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죠. 그에게 손가락 개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요.”
러스티는 어떻냐고요?
그의 담당 의사 또한 다시 등반을 시작해도 좋다는 소견을 보였습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클라이밍에 대한 동기와 열정이 조금 왔다 갔다 했어요.” 그가 후회하듯 말을 이었습니다. “클라이밍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죠.”
“하지만 새끼손가락을 잃고 역경을 극복하고 나니 제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정말 신이 나요.” 그가 웃었습니다.
“등반 없이는 못 살아요.”
-블랙다이아몬드 편집자 크리스 파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