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 백컨트리 스키 캠프 – 삶은 알파인 투어링 스키로 더욱 빛난다.

얼마 전 블랙다이아몬드에서 제작한 노르웨이 ‘바트나 할센’의 “더 책임감 있는 스키 활동”에 대한 영상을 보 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다 시 한 번 나의 스키 알피니즘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였 다. 블랙다이아몬드는 그동안 암빙벽 등반 장비 위주 로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스키 마운티니어링 및 백컨 트리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세계적인 아웃도어 업체 다. 화이트 스페이스는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가 후원 하고, 투어앤스키(TOURNSKI)에서 주최하는 백컨트 리 스키캠프를 카자흐스탄 침블락 산군에서 진행했다.

글: 강정국(화이트 스페이스 대표)  사진: 전용학(코리아 마운틴 가이드)

“스키는 산을 오르는 장비”

교육 프로그램은 스키 투어링 베이직 테크닉 및 구조 활동으로 가장 기본적인 스킨의 탈부착과 효율적인 경 로 설정과 킥턴, 눈사태 장비 사용법 및 기본 트레이닝 으로 눈사태 조난자 탐색과 비콘의 올바른 사용법, 스 키 투어링 GPS 활용법, 오랜 숙련의 시간이 필요한 오프피스테(Off-Piste) 실전 스키 투어링으로 구성했다. 산을 오르면 서 스키를 사용한다는 것은 효율적인 등반 이외에도 스키 다운힐 에 대한 쾌감도 제공하기 때문에 반드시 스키 다운힐에 대한 기술 을 터득해야 한다. 이번 캠프는 산과 스키를 함께 하는 강사들로 구성했으며 먼 저 코리아마운틴가이드(KMG)로 활동하는 전용학 강사, 과거 초오 유 등반 시 동상으로 발가락을 절단하고 지금은 스키장에서 알파 인스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민경태 강사,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 의 안종능 이사를 포함하여 4명으로 구성했다. 지금까지 국내 어 떤 등산학교, 산악회에도 이와 같은 강사진을 구성한 곳은 없었다. 단순한 해외 스키투어 프로그램을 지양하는 데 모두 동의하고 각 자의 역할을 배분했으며, 개별적으로 강의안을 구성하여 프로그램 을 진행했다. 강사들은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2일 먼저 알마티에 도착해서 각 자 배정 받은 교육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고 11일은 키모사르 ~부타코브카(Kimosar~Butakovka. 총 거리 8.77km, 소요시간 5 시간 44분) 스키 투어를 다녀왔다. 코스가 어렵고 눈사태의 위험 이 있다고 판단한 에그셀스노우(egg shell snow) 구간은 스키 다운 힐 경험 없는 스키어의 부상이 염려되어 협의를 거쳐 대상지를 코크자일라우(Kok Zhailyau)로 변경했다. 우리는 공항에서 30분 거 리에 있는 호텔 로비에서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어질 프로그램에 대 한 간단한 소개와 배정된 방을 순회하며 내일 교육에 필요한 스키 와 스킨, 비콘 등의 장비를 점검했다. 이번 교육 참가자 중에는 서울대 문리대 산악부 김종진(72학 번), 연세대 산악부 정호진(73학번), 서울 문리대 산악부 이동훈(74 학번) 등이 있었다. 덕분에 과거 대학 산악부 시절 동계등반 시 산 악스키 필요성, 산악스키를 배우기 위해 원통에서 군용트럭을 타 고 진부령에 도착하여 스킨도 없이 헤링본으로 산을 오른, 약 40 년 전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용평스키장 의 리프트가 1975년에 도입된 것을 추억하면, 선배님들의 산악스 키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과 자료로 기억될 수 있다. 김종진 선배님은 “스키는 산을 오를 때 쓰는 장비다”라고 한마디로 정리해주 셔서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강정국 강사의 효율적인 경로 설정 및 킥턴

스키 테크닉과 안전 교육

카자흐스탄 침블락 스키장은 주차장에서 곤도라를 30분 이용하 여 스키장 베이스에 도착하는데, 해발고도는 2,260m로 이곳에서 다시 곤도라를 2번 이용하여 3,200m에 도착한다. 고산 경험 이 없는 분들은 약간의 두통과 메스꺼움을 경험하지만 이내 안정 을 되찾는다. 강사와 참가자들은 미리 답사한 교육 장소로 이동하 고 교육은 Section A와 B로 구분하여 효율적으로 진행한다. 먼저 A조는 안종능 이사가 담당했고, 비콘의 올바른 착용 및 사 용법에 대한 이론교육을 시작으로 눈사태로 매몰된 사람의 상태에 따라 착용하고 있는 비콘의 전파 발신 방향이 다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준비해온 깃발을 전파의 방향에 따라 설치하면서 전파의 방 향을 이해했고, 숨겨둔 비콘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탐색할 수 있 는 실습을 진행했다. 안종능 강사의 눈사태 구조교육은 국내 어 떤 비콘 교육보다 그리고 일본에서 AST1 교육과정보다 유용했다. B조는 빙하 위 스킨 탈부착 방법으로, 스키를 탈착할 때는 스키 를 교대로 벗어서 탈부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스키 투어링에서 리 더의 역할, 경사도 급한 지역의 설사면을 오를 때는 스키를 진행 방향보다 낮게 옮겨 균형을 유지하고 나머지 스키를 옮길 수 있도 록 교육했다. 전용학 강사는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는 스키를 확보물로 사용하 여 추락자를 구조하는 Z시스템과 스키 투어링의 안자일렌에서 추 락자의 충격이 리더에게 전달되어 반응 속도의 단축, 그리고 잔 여 로프를 사리는 시스템 교육을 진행했다. 오후에는 민경태 강사가 스키 다운힐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는 데, 다행히 허한구 선배와 용희중이 보조강사로 부족한 다운힐 을 보충했다. 1일 차 교육은 시간적 제약으로 좀 더 배우고자 하프피스테는 분들에게 모든 것을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고, 강사단 회 의를 통해 2일차 교육은 좀 더 효율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프로 그램의 시간을 약간 변경했다. 2일차 교육은 오전 슬로프 상태가 좋아서 민경태 강사의 다운 힐 교육이 선행되었고, 일부는 자유스킹을 즐겼다. 오후에는 어제 와 교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일 차 교육을 보강하여 섹션 A 눈 사태 교육은 2인 1조로 눈사태 매몰자 2명을 가정하여 정해진 시간 내 매몰자를 탐색하고 나머지 매몰자를 찾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 하고, 탐침봉을 매몰자 위치에서 탐침하고 매몰자 깊이의 1.5배 떨 어진 곳에서 효율적인 삽질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삽질은 2 인 이상이 매몰자 근처에 있는 사람이 먼저 눈을 퍼내면 뒤에 있 는 사람은 퍼낸 눈을 걷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는 2차 붕괴 로 인한 매몰자의 호흡 공간이 붕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매우 중 요하다. 11일과 12일 눈사태 구조교육과 효율적인 스키 등행, 크레 바스 구조에 대한 시스템 이해를 끝으로 교육을 종료한다.

눈사태 매몰자 탐색과 효율적인 삽질 / 안종능 강사의 눈사태 구조 교육

신설에서 즐기는 알파인스키

오전 8시 호텔 로비에 집결한다. 지난밤 내린 약간의 신설에 대 한 기대감으로 스키투어링에서 중요한 레이어링 시스템과 눈사 태 구조에 필요한 비콘, 탐침봉, 눈삽, 그리고 약간의 행동식과 식 수를 준비한다. 코크자일라우는 침블락 스키장이 걸쳐 있는 산맥 의 오른쪽 사면으로 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우리들은 본격적
인 스키 업힐 전에 전용학 강사가 지난 교육을 보충하였고, 안종능 강사가 비콘의 그룹테스트를 진행했다. 비콘의 그룹테스트는 전파 를 방해할 수 있는 곳에서 50m이상 떨어진 곳에서 시행하는데 리 더는 수신 모든 또는 그룹체크 모드로 전환하고 나머지 그룹은 발 신 모드로 두고 한 사람씩 지나면서 리더의 비콘에 거리와 방향이 제대로 표시되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스키 투어링에서 반드시 리더 가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다. 나는 업힐을 하는 중간에 교육생들의 올바른 스키 업힐과 힐 엘 리베이션의 사용 등을 점검했다. 오전 10시에 1,669m에서 시작 한 업힐은 중간에 두 번의 휴식을 거쳐 오후 2시 2,737m까지 스 키 등행하고 마무리했다. 아직까지 자연설에서 스키 다운힐이 부 족한 교육생들이 스키 다운힐에 대한 걱정이 없는 듯, 무작정 오르 는 즐거움에 심취해 오른다. 민경태 강사는 스키 다운힐이 부족한 교육생들을 제지하고 다운 힐을 시작하고, 약간의 경험이 있는 교육생들은 끝까지 스키 업힐 을 하고 다운힐을 시작한다. 스키장의 적설량이 부족하여 걱정했 지만 코크자일라우는 높은 고도와 다녀간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 어 신설 그대로 살아 있었고, 우리는 간만에 신설의 포근함이 발끝 에 전해지는 느낌을 경험했다. 교육생 중 몇몇은 그동안 스키장에서 축적한 기술이 한순간에 증 발되는 경험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알파인 스키 기술의 중요 성을 경험했다. 코크자일라우로 오르는 길은 정해진 등산로를 따라 약 2시간을 오르면 언제 누가 설치하고 해체했는지 모를 T바 의 흔적이 남아 있다. 스키 다운힐에 대한 적설량은 풍부하고, 듬성 듬성 풀이 자란 흔적은 있지만 스키 다운힐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 다. 스키 다운힐은 상단의 파우더를 경험하면서 트레일을 따라 내 려오기도 하고, 전나무 숲으로 들어가 트리런을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들은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4시 주차장까지 스 키 다운힐을 하고,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현지 안내인 디마(Dima) 는 장작불 스테이크와 라면, 김치로 참가자들을 맞이한다. 하루종 일 스키 투어링으로 따듯한 온기가 필요한 참가자들은 허기진 속 을 달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는 서로의 무용담으로 웃음소리 가 끊이지 않는다.

전용학 강사의 크레바스 구조훈련

리프트 타고 내려온다는 그 코스

악블락(Akbulak)스키장은 고도가 낮지만 상단부의 경사는 약 45도 에 이른다. 야심차게 정상에 오른 초보자들이 이내 리프트를 타고 다 시 내려오는 어이없는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정설차가 오르지 못 할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다. 4일 차 자유 스킹은 참가자들에게 악블 락의 약45도 경사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배려(?)하여 결정한 곳이다. 이곳은 정설되지 않은 야생의 슬로프로 아직 충분하지 않은 눈임 에도 현지 패트롤은 우리들의 장비를 살펴보고 절대 올라갈 수 없다 고 제지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45도의 슬로프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악블락스키장을 방문한 의미는 없다. 이후에 확인하니 패트롤은 우 리들의 장비가 투어용 바인딩이고, 스킨을 부착하고 업힐하여 산을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오해하여 제지하였다고 한다. 역시나 자연 설의 정설된 슬로프는 국내 어떤 스키장의 슬로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키가 활처럼 휘면서 스키에지가 눈을 파고드는 ‘두 줄기 에 스자의 슈프르(Spur)’를 충분히 그려낼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캠프 참가자들의 스키는 대부분 스키 웨이스트(85mm~ 105mm)로 좀 더 많은 눈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적설량이 부족하 여 극상의 파우더는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 어떤 곳에서도 실시한 적 없는 값진 경험을 했고, 더구나 일부 스킹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들을 위해 다른 참가자들이 선뜻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강 사의 역할을 보조한 알파인 스키어가 아닌, ‘산’이라고 하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스키로 함께 산을 오른 백컨트리 스키어로서 끈끈한 동지애를 경험했다. 끝으로 제1회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 백컨트리 스키캠프를 후원 해주신 정호진 대표님과 기획부터 실행까지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일정 중에 감기몸살로 고생한 안종능 이사님, 스키장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하고 참여해준 민경태 강사님, 코리아마운틴가이드로 활동하면서 기존 매듭법이 아닌 가이드 매 듭과 효율적인 구조 시스템을 교육해준 전용학 강사님, 그리고 참 여해준 화이트스페이스 동호인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