셉 부앵(SÉBASTIEN BOUIN): “무브” (9B/B+)
집에서 멀리 떨어진 프로젝트를 도전할 때에는 루트 자체의 난이도 말고도 넘어서야 하는 더 많은 역경들이 있습니다. 강한 동기와 집중력, 헌신과 희생은 개인의 성장에 있어 필수적이죠. 그런 점에서 노르웨이의 플라탕가에 있는 “무브(9b/9b+)”는 셉 부앵 선수의 다음 목표로써 적격이었습니다. 셉 부앵 선수의 열정과 성장을 아래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무브 (9b/9b+)”를 도전하는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일단 노르웨이에 있는 루트인데, 이 루트를 시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에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이 루트를 완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할 것입니다. 9b/+라는 그레이드는 제가 이제껏 평균적으로 등반해왔던 그레이드보다 더 높지만, 저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수록 그 과정을 더 즐기는 편입니다. 힘든 길이겠지만 그만큼 더 재미있는 길인 것이죠. 제 인생의 유일한 목표는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것인데, 스스로의 한계를 다시 한번 뛰어넘기 위해서는 극한의 목표가 필요합니다. 이 루트를 시도하면서 제가 어디까지 더 발전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느끼고 싶습니다.
플라탕가는 2013년에 아담 온드라, 에릭 그란델리우스 선수와 함께 처음으로 갔던 곳입니다. 그곳의 거대한 동굴에 몇 개의 루트를 볼팅하고 개척했죠. 주변 경치와 바위, 모든 조건이 등반에 최적화된 곳이었습니다. 여름에도 선선한 날씨였기에 어려운 루트를 등반할 수 있었고, 등반 스타일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커다란 오버행 벽과 아름다운 화강암까지, 플라탕가에 푹 빠져버렸죠.
첫 여행에서 아담 선수가 “무브”를 포함한 여러 루트를 개척했습니다. “무브”의 루트 초입 부분은 9a 정도인데, 당시 다른 곳에서 9a+/b급 루트를 서른 개 이상 완등했던 저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한가지 단점은 당시 루트의 완등 지점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벽 중간에 끝나버리는 루트를 시도하고 싶지 않았기에 다른 루트를 시도했고, “리틀 배더”라는 플라탕가 첫 9a를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리틀 배더를 완등하는데 약 2주의 시간이 소요됐고, 그 사이 아담 선수는 “무브(9b/+)”의 완등에 성공하였습니다. 당시 저에게 “무브”는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다음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동굴에 있는 다른 여러 루트를 완등했고, 그중에 하나가 “토르의 망치”라고 불리는 루트입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프로젝트를 도전할 때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멀리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입니다.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정해진 기간 내에 완등을 해야 합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를 골라서 갈 수 있는 집 근처의 프로젝트와는 차원이 다른 점이죠. 주어진 기회의 순간을 놓치면 끝입니다. 집에 돌아가야 하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감 또한 커집니다. 본인의 평균 그레이드보다 더 높은 그레이드의 루트일수록 정신적인 압박이 심해지는 것이죠. 성공은 불확실하고, 확률 또한 낮습니다.
여행 내내 프로젝트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 또한 여러 어려움 중에 하나입니다. 오랜 시간 하나의 루트만 시도하다 보면,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고 다른 루트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드는데, 다양한 루트를 시도하는 게 때로는 독이 되고 때로는 강한 동기부여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찾은 가장 좋은 방법은 2주마다 한 번씩, 한 번에 약 2주 정도로 여행을 짧게 계획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프랑스에서도 다른 루트를 시도하며 트레이닝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죠. 잠시 프로젝트를 잊고 트레이닝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클라이밍 가이드 강습 과정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 7월 말이 돼서야 늦게나마 시간을 낼 수 있었고, 프로젝트를 완등하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2주에 한 번씩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식의 계획을 짜야 했습니다.
“무브”라고 이름 붙인 이유가 있을까요? 루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요.
실제 크럭스는 50미터 지점에 있습니다. 파워풀한 볼더링 스타일의 왼쪽 어깨 개스통 동작이 바로 크럭스입니다. 이 무브가 루트의 핵심과도 같기 때문에 문제 이름도 “무브”라고 지었습니다. 펌핑이 온 상태에서 크럭스 동작을 완성하려면 정말 어렵습니다. 초반 구간에서 받은 펌핑을 견딘 채로 크럭스 동작을 성공하려면 다른 모든 동작을 외우고 있다시피 해야 하죠.
“무브”는 9a 급 루트가 두 개 붙어있는 것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초반 파트는 45미터짜리 지구력을 많이 요하는 구간이고, 후반 파트는 10미터짜리 볼더링 스타일의 파워풀한 구간입니다. 초반 9a 구간이 후반 크럭스 동작에서 필요한 힘을 갉아먹기 때문에, 초반 구간을 완벽하게 마스터해서 지치지 않은 채로 통과해야만 완등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초반 9a 구간을 연습하는 것보다 크럭스 동작 하나를 성공시키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후반 구간을 연습하는데 2주를 통째로 다 써야 했죠.
크럭스 동작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따로 특별한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특정 어깨 근육을 발달 시키기 위한 훈련을 시작했고, 이 트레이닝이 크럭스 동작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돌파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평소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맨 밑에서부터 연습하지는 않았죠. 후반 9a 구간 초입에 로프를 고정시키고 뒷부분을 먼저 해결하는 작전이었습니다. 후반 구간의 연결에 성공했을 때 고정된 로프를 약간 더 내려서 앞 구간과 조금씩 연결해보았습니다. 물론 완등하기 위해서는 맨 밑에서부터 시도해야죠. 이 방법의 장점은 부분으로 연습을 하는 와중에도 성공의 느낌이 어떤지 미리 맛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여행 내내 마지막 구간을 연습해야 했습니다. 이 구간을 마스터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첫 번째 여행에서 마지막 구간을 연결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저에게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죠. 하나는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루트를 완등하기 위해 특화된 트레이닝 법을 개발해 도전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여행에서 한번 더 운을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전까지 트레이닝에 열중해야 했지만, 크게 한번 실패하고 나니 동기부여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빈둥거릴 시간 따윈 없었습니다. 프랑스에서의 2주는 다음과 같이 계획되었죠, Ramirole에서 매일 등반, 이틀에 한번 어깨 강화를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여행 중에 후반 구간을 연결하는데 성공했고, 이제 스타트 지점을 조금 내려 초반 구간과 잇는 연습에 돌입했습니다.
스스로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실패를 받아들이고, 분석해야 합니다.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죠.
어떤 트레이닝을 하셨나요?
암장에서 등반만 하는 것은 저에게 맞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이외에도, 저는 항상 바위에서 등반하지 않으면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 등반에 동기 부여는 생명이기 때문에, 매일 밖에서 등반하고 이틀에 한번 실내에서 트레이닝 하는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단기간에 원하는 목표치까지 신체를 끌어올리기에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단점은 쉬는 시간이 없다는 점인데, 당시에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처럼 보였어요. 물론 나중에 가서야 그게 큰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번엔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저번 두 번째 여행에서 맨 아래서부터 루트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크럭스 동작에서 떨어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트레이닝으로 몸을 단련했고 이제 세 번째 여행이었죠.
휴식을 취하지 않은 결과가 어떤 것인지 세 번째 여행 중에 깨달았습니다. 어깨와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했고 동기는 급격히 떨어졌죠. 이번에는 일곱 번이나 크럭스 동작에서 떨어졌습니다. 손가락 인대에 부상까지 생겼죠. 휴식의 부재로 인한 결과였습니다.
올해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분명한 성과는 있었습니다. 내년에 더 강해져서 돌아올 거에요. 이번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고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의 명언이 떠오르네요, “나에겐 승리도 패배도 없다, 배움만이 있을 뿐.”
성공을 향한 길은 어렵고 길기만 하지만, 그렇기에 즐거운 길이기도 하죠.
그렇게 전념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끝까지 목표와 동기를 잃지 않는 것이에요. 100% 전념한 상태가 아니면 나아가기 힘듭니다. 집념과 기쁨, 두 가지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루트와 장소, 경쟁이 저에게 힘이 되는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이 과하면 스스로가 잡아먹히고 말죠. 저는 로컬 클라이머들과 함께 등반하기 위해 노르웨이를 혼자 여행한 적도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이런 경험이 값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