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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분하고 대화를 나눠본 사람은 그의 포스를 느꼈을 거예요” 블랙다이아몬드 후원 선수 샘 엘리아스가 말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여러분이 클라이머라면 분을 실제로 만나보지 않았어도 그의 포스를 느껴본 적이 있었을 겁니다.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그가 개척하고 초등한 루트를 등반해 봤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지난 10년 사이에 우연찮게 집어 든 한 클라이밍 잡지에서 여러분의 심금을 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죠. 어디서든 한번 봤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독특한 이름, 분 스피드. 그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그의 등반과 사진을 통해 분 스피드는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클라이밍이 있기까지 많은 일조를 했습니다. 마이크 콜이 제작한 아래 영상을 통해 클라이밍 아티스트 분 스피드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은 수많은 이슈들로 가득합니다. 특히나 올해는 일이 많았죠. 저는 너무나도 지친 나머지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쓰는 것도 힘겹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평화롭고 고요하던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등장과 함께 활기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세상은 다시 불길과도 같은 거대한 분노로 뒤덮였죠. 이후 수많은 이슈와 논쟁들로 저는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슈퍼 트윅(Super Tweak) 5.14b를 도전 중인 분 스피드
사진: 케빈 포웰
최근 들어 꽤나 힘든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조금 더 원초적으로 변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말과 생각을 줄이고 행동으로 보여주자고 말입니다. 말이야 쉬운 법이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에요. 수많은 기사들, 트위터 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포스트들을 읽으며 회의감이 들더군요. “5년 후에 두고 보자… 5년 후에 당신이 무얼 말하고 무얼 하고 있을지 한번 지켜보자.”라고 말이에요. 저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것을 좋아합니다. 시간과 인내심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죠.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에요. 제가 어렸을 땐, 인생은 한순간에 타오르는 빛처럼 빨랐으며 신념 또한 확고하게 자리 잡혔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제 인생도 조금 더 느리면서도 꾸준하고 고요한, 수표면보다는 물속에서 잠수하듯 기다리는 인생으로 변한 것 같아요.
왼쪽: 원 무브 원더(One Move Wonder) 5.13b를 도전 중인 분 스피드 / 사진: 케빈 포웰
오른쪽: 스로인 더 훌리한(Throwin’ The Houlihan) 5.14a를 도전 중인 분 스피드 / 사진: 케빈 포웰
수많은 최신 미디어와 기술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소리치고 있는 빛처럼 빠른 현대 세상에서, 관심/시간/자유가 가장 귀중한 자원인 현대 세상에서, 가끔 우리는 가장 분명하고, 가장 밝게 빛나거나, 가장 시끄러운 것들에 의구심을 가져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조금 더 깊은 측면을, 조금 더 장기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인생은 마라톤인데, 모두들 전력 질주만 하고 있는 셈입니다.
분 스피드의 아버지 그랜트 스피드
사진: 분 스피드
이 영상이 완성된지는 꽤 오래됐지만, 공개하기 적합한 때가 이제서야 온 것 같습니다. 느리지만 조용한 때가 온 것이죠.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에요.
라이퍼 영상(The Lifer)도 쉽거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영상은 아니었습니다. 인생은 인생 자체로 복잡한 것이니깐요. 이야기를 담은 영상과 사진들은 때론 더 쉬울 수도, 때론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영상들은 특정한 사람들과 그들 관계 속의 이야기, 인생관을 담고 있습니다. 러스 클룬, 분 스피드, 그리고 마이크 콜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죠.
왼쪽: 그랜트 스피드의 조각 작품 / 사진: 분 스피드
오른쪽: 크리스 샤마 / 사진: 분 스피드
저는 “아티스트”라는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애매모호한 의미를 포괄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단어일 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라는 단어가 적절하게 쓰일 때가 있기도 합니다. 바로 분 스피드와 같은 경우이죠. 여러분께 어쩌면 모호하게 들릴 수 있는 추상적인 “아티스트”라는 말과 함께 이 영상을 바칩니다. 움직이는 사진, 영상, 거기에 영상을 대변하는 몇몇 대사까지 들어있죠.
사실 저는 지금껏 클라이밍, 분, 혹은 마이크 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상을 통해 저의 생각을 여러분이 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저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죠. 지난번 라이퍼 영상과 이번 아티스트 영상을 통해 제가 생각하는 인생의 깊이를 들여다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흙으로 돌아가고 오랜 세월이 지났을 때, 후대에 이 영상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보는 것도 저에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만들고 공유하는 저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클라이밍을 통해 바라본 우리의 인생 그리고 가치관과 신념을 여러분께 공개하는 바입니다.
왼쪽: 유타 주에서 빅 스마일(Big Smile, The Narrows)을 등반 중인 샘 엘리아스 / 사진: 분 스피드
오른쪽: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등반 중인 베일리 스피드 / 사진: 분 스피드
저는, 우리는 언제까지나 항상 같은 자리에서 우리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갈 것입니다. 여러 인생이 얽히고설켜 만들어진 여러 따뜻한 관계들 속에서 더 큰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블랙다이아몬드 후원 선수 샘 엘리아스
왼쪽: 마이크 콜
오른쪽: 제러드 로스 / 스팟: 마이크 콜
사진: 분 스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