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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클라이머 서채현, 14살의 나이에 5.14d 완등

본 기사는 https://www.climbing.com/ 의 “The Korean Crusher: Chaehyeon Seo Sends 5.14d at Age 14“,
2018-08-23, JOHN BURGMAN 의 글을 한글로 번역한 내용입니다.

서채현 선수는 한국의 여느 14살 학생과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 학교로 향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과학과 역사이고, 등반을 쉬는 날엔 친구들과 함께 홍대로 나가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봅니다. 수제 버거를 좋아하고 마룬 5의 음악을 즐겨 듣는 채현 선수는 평범한 십 대 소녀이면서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클라이머 중에 한 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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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주 라이플 지역에서 배드 걸즈 클럽 (5.14d)을 도전 중인 서채현 선수.
이번 가족 여행에서 서채현 선수는 배드 걸즈 클럽 이외에 추가적으로 두 개의 5.14 루트를 완등했다.

사진: 서종국 

지난 7월 말, 채현 선수는 콜로라도주 라이플 위키드 케이브에서 배드 걸즈 클럽을 완등하며 여러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배드 걸즈 클럽은 2011년 조 킨더 선수가 개척하고 이후 매티 홍, 조나단 지그리스트, 다니엘 우즈, 마고 헤이즈를 비롯한 여러 세계적 명성의 선수들이 완등한 5.14d 난이도의 경사가 심한 석회석 루트입니다. 채현 선수는 라이플에서 배드 걸즈 클럽 이외에도 와카 플로카(Waka Flocka 5.14a/b)와 심플리 레드라인드(Simply Redlined 5.14a) 또한 성공적으로 완등했습니다.

하지만 채현 선수에게 있어서 이런 세계적인 루트를 등반하는 것은 개인의 성과라기보단 클라이밍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그녀 가족이 함께 일궈낸 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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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현 선수와 아버지이자 코치인 서종국 클라이머.
콜로라도에서 찍은 셀카.

사진: 서종국

한국은 지금까지 세계적인 클라이머들을 여럿 배출한 나라입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2013/14 리드 월드컵 챔피언인 김자인 선수는 IFSC 월드컵 경기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의 선수 중에 한 명이며, 천종원 선수 또한 볼더링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서채현 선수는 그들과는 반대의 성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채현 선수 또한 종종 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지만, 주로 야외에서 등반하는 그녀의 이번 등반 여행은 집안의 전통입니다. 그녀는 매년 아버지와 함께 그리스의 칼립노스, 켄터키의 레드 리버 고지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반지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서채현 선수의 가족은 그녀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클라이머인 어머니는 서채현 선수가 등반지에 갈 때마다 간식으로 “아주 맛있는 베이글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고, 아버지는 서종국 클라이밍 센터를 운영하며 서채현 선수를 포함한 약 20명의 청소년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오후 3시경, 서채현 선수는 방과 후 곧장 아버지 암장으로 달려가 손가락과 지구력 트레이닝을 합니다. 마고 헤이즈 선수의 완등 영상을 보고 자극을 받은 배드 걸즈 클럽은 아버지와 함께한 지구력 트레이닝을 통해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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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아버지의 암장(서종국 클라이밍)에서 운동하고 있는 서채현 선수

사진: 서종국

마고 선수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에 콜로라도 만나게 되었는데 항상 밝은 얼굴로 사람들과 있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진, 싸인 등을 많이 요구했음에도 항상 친절하게 해줘서 나도 나중에 유명한 사람이 되면 저렇게 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채현 선수는 2주간에 걸처 약 20번의 시도 끝에 배드 걸즈 클럽을 완등 했습니다.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은 마지막 크럭스 구간이었습니다. 완등한 날의 기분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날은 뭔가 몸이 무거웠고 몸이 긴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첫판을 하고 났는데 첫판에 크럭스 구간에서 홀드 하나를 더 잡았고, 왼손 언더만 잡으면 끝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판 가는데 평소보다 힘들어서 이번 판은 잘 안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시작은 순조롭지 못했으나 상단 구간으로 나아갈수록 기력을 회복했으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마지막 쉬는 구간에서 크럭스 부분을 보다가 문득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감이 차서 완등 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하루 종일 환상에 빠져있었던 것 같고, 난이도를 되새겨 볼수록 믿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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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보드에서 훈련중인 서채현 선수

사진: 서종국

완등의 기쁨이 있기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녀가 흘린 피와 땀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지만,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배드 걸즈 클럽의 홀드가 다 작은 홀드여서 손톱도 많이 벌어지고 손가락 마디도 다 벌어져서 완등 할 때에는 피를 흘리며 완등 했습니다.”

그날 라이플에서는 서종국 클라이밍 소속의 한국 클라이머 여덟 명이 서채현 선수의 완등을 함께 지켜봤습니다. 그들은 그녀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다 같이 외식을 했습니다. “당연히 햄버거죠.” 그녀가 말합니다. “보통은 외식하는 날이 아닌데 특별히 외식을 했어요.”

그녀에게 미래에 대해 묻자 차분한 말투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우상인 마고 헤이즈를 따라 라 람블라에 도전해볼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채현 선수는 미래에도 세계 각지를 돌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것입니다.

-글쓴이: 존 버그만

Seo-Cha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