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슨 얼 : 크랙의 왕, 코브라 크랙
2017년 8월 14일 월요일,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메이슨 얼 선수는 크랙 전문가입니다. 인디언 크릭에서부터 파타고니아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크랙이 없을 정도이죠. 하지만 메이슨 선수조차도 완등하지 못한 루트가 있었으니, 바로 “크랙의 왕“이라는 이름이 붙은 스쿼미시의 코브라 크랙입니다.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완등에 실패했던 얼 선수는 복수의 칼을 갈며 5년의 휴식기를 가졌고, 마침내 올여름, 그에게 도전의 기회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1년 여름
알렉스 호놀드 선수와 함께 코브라 크랙에 도전했습니다.
그 당시 호놀드 선수와 함께 등반하던 시즌이었습니다. 악명 높은 화강암 크랙, 코브라 크랙의 완등을 코앞에 두고 있었죠. 5.14 난이도의 코브라 크랙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크랙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10번째 시도쯤에 완등 직전 크럭스 구간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세상 만물의 가호를 받아 아주 가까스로 왼손 데드 포인트 동작을 성공시켰습니다. 곧바로 왼발 토훅으로 몸을 고정시켯지만, 마지막 오른손을 치는 동작에서 힘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호놀드 선수가 나섰습니다. 그만의 세련되고 정제된 스타일로 깔끔하게 완등에 성공했습니다.
그 후로도 며칠 동안 완등에 실패했고, 몹시 성이 난 채로 캐나다를 떠났습니다. 이번 시즌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상심이 컸죠.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았고, 코브라 크랙에 화가 났습니다. 내년, 그리고 그다음 4년 동안 스쿼미시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네, 물론 다시 도전해야죠. 하지만 그때는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일 것입니다.
크랙 중독의 시작
2006년 10월이었습니다. 주말에 놀러 간 인디언 크릭에 마음을 빼았겨 버렸습니다. 이미 등반 경력이 6년이 넘었었지만, 유타 사막의 비단결같이 부드러운 붉은 바위는 새로웠습니다. 크랙 등반에서 오는 펌핑은 4차원적인 고통이었죠. 인디언 크릭에서 몇 개월간 크랙을 찾아 등반했습니다. 이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죠. 핑거 크랙부터 오프 위드 크랙(바위 틈새의 크기가 어깨 넓이를 지닌 크랙. 손 재밍을 하기엔 너무 넓고 침니 등반 기술을 쓰기에는 좁은 넓이의 크랙을 말한다.)까지 사막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들을 여럿 완등했습니다. 난이도는 5.11정도였지만, 스스로가 나름 다방면에 재능 있는 클라이머라 자부했습니다.
크랙의 왕, 코브라의 라인, 베타 그리고 얽힌 이야기는 스쿼미시의 전설과도 같습니다. 잡지나 영상에서 본 사진과 전설적인 클라이머들에게서 들은 코브라에 관한 이야기가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2009년 7월 1일, 캐나다 연방 설립 기념일에 처음으로 스쿼미시로 향했습니다.
크랙 등반은 재밍에 미묘한 디테일이 있습니다. 찾은 베타를 연습한 결과, 며칠 후 저는 한번 끊어서는 끝까지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력 부족이 원인이 되어 더 이상의 진전을 보이기 힘들었습니다. 한 손가락 언더 홀드 이상 나아갈 수 없었죠. 지구력 부족이 문제였습니다. 그 당시 13a 스포츠 루트조차 완등해본 적 없는 나약한 지구력이었죠.
다음 해 여름도 스쿼미시에서 보냈지만, 크랙 등반보다는 치프 산의 테크니컬하고 긴 스포츠 루트에 시간을 쏟았습니다. 코브라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집중했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2011년 여름에 스쿼미시를 다시 방문했습니다. 느낌만 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파른 산 길을 올랐습니다. 빠르게 제 최고 기록을 갱신했고 마지막 크럭스 동작만 남겨놓은 채 떨어졌습니다. 다시 자신감이 솟아올랐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시즌에 모든 걸 바쳐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쉬운 루트들을 오르며 며칠의 휴식기간을 가졌습니다. 다시 한번 같은 구간, 같은 동작에서 떨어졌죠. 7, 8월 내내 그랬습니다. 마지막 크럭스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떨어졌어요.
2017년 봄 – 완등
느낌이 왔어요. 스쿼미시에 가지 않았던 지난 5년간 저는 성장했습니다. 유타 사막에 5.14 난이도의 크랙 루트를 개척하기까지 했죠. 코브라는 다시 저의 피를 끓게 했습니다.
2011년에는 맨손으로 용과 맞서는 격이었습니다. 6년 후 지금은 헬기에 탄 사슴 사냥꾼이 된 것입니다.
루트를 다시 살피면서 베타를 까먹진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등반을 시작하자 모든 홀드 모든 동작이 즉시 떠올랐습니다. 마치 어제 시도하던 루트인 양 동작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탑로핑으로 한번 등반하고 나서 세 번째 시도만에 코브라 크랙을 완등했습니다. 크랙 등반을 하다 보면 종종 로프가 크랙에 끼곤 합니다. 사전에 파트너였던 로간 바버와 이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차라리 줄을 풀고 솔로잉으로 등반하자는 이야기도 했었습니다
“크럭스를 넘은 후에 5.10짜리 루트에서 떨어질거면 차라리 그냥 줄을 잘라”라며 그가 농담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로프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아 20킬로 정도로 느껴지는 로프를 질질 끌며 등반을 계속했고, 다행히 완등에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나긴 코브라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하지만 코브라를 다시 도전할 수 없기 때문에 상심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멋진 루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설적인 루트를 도전했다는 점에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코브라 크랙 아래에 있는 “완등자 명판”에 이름을 남기는 메이슨 얼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