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조 그랜트 선수를 “러너”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달리기는 그가 하는 것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물론 달리기를 굉장히 많이 하기도 하지만, 그에게 하드락 100과 같은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에 대해 물으면, 그는 당장 주제를 바꿔 콜로라도에 있는 모든 4000미터 이상 높이의 산(14er)을 한 달 만에 자전거와 도보로 주파했던 경험이나 멕시코의 구리협곡에서 그 희귀하다는 타라후마라 부족과 함께 산을 달렸던 일화를 들려줄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달리기 이외의 목적으로 산을 찾는 일이 많습니다. 영상제작자이자 클라이머인 체인 램페는 높은 협곡 지대에서 조 선수가 “리듬”이라고 부르는 그 만의 활동을 함께 체험하고 기록하기 위해 알프스로 향했습니다.
영상 : 체인 렘페 / 사진 : 크리스 파커 / 인터뷰: 조 그랜트
체인 렘페가 저를 걱정하는듯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어… 음… 그러니깐… 산에 올라가면 어떤 느낌인지 말해주세요.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인 건가요?”
늦은 여름 오후 샤모니 시내의 한 커피숍, 저는 살짝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였습니다. 몽블랑에서의 촬영이 있기 3일 전에 계곡에 도착했지만 예상치 못한 악천후로 촬영이 불확실해졌고, 설상가상으로 부친 화물은 아직도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알프스산맥에서 스트레스는 날로 쌓여만 갔습니다.
반면 체인은 차분하게 커피만을 마실 뿐이었습니다. 주말까지 예보된 악천후에도 무관심해 보였죠. 체인이 저에게 한 질문을 그에게 반문하고 싶어졌습니다. 체인의 “될 대로 되겠지”하는 아주 차분한 태도와 마음의 평화, 이것이 바로 제가 산에서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답하려는 찰나 제 핸드폰이 울렸고, 드디어 공항에 제 화물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국 날씨 때문에 Dôme du Miage에서 촬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몽블랑 급의 경치를 자랑하면서도 사람이 많지 않아 촬영하기 좋은 명소라면서 로컬 친구가 추천해주었습니다. 사진상으론 정말 괜찮은 장소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날씨 또한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장비를 정비한 후 아침 늦게 출발했습니다. 언제 변할지 모르는 날씨를 고려해서 계획을 신중하게 짜야 했습니다. 베이스캠프가 있는 Refuge des Conscrits까지는 촬영을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멀리 빙 돌아가야 했습니다. 해가 지기 약 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땀에 흠뻑 젖어있었고 지친 기력이 역력했습니다.
저는 잠자리에 드는 대신, 배낭을 침실에 던져놓은 채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달려나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고된 하루를 보낸 몸은 녹초가 된 상태였기에, 아마도 쉬었어야 하는게 맞았을지도 모르지만 참을 수 없었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걸음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떨쳐낸 듯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처음엔 숨이 가빠지고 불규칙했지만 참고 적응하자 움직임이 더 자연스러워지면서 호흡도 가다듬어졌습니다. 빙하를 따라 달릴 때쯤 몸도 풀리는듯했습니다,. 회색의 새벽바람이 저의 등을 응원하듯 밀어주었습니다. 정신 또한 맑아졌고, 순간적으로 모든 것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주위의 모든 물체를 느낄 수 있게 되었죠. “리듬”. 이곳에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