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드로우 비너의 방향과 위험성
이번 장비 다루기 시리즈에서는 퀵드로우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해 볼 것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당신은 위,아래 두 개 비너의 게이트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거나요? 아니면 같은 방향으로 거나요? 또 이 두 가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이번 장비 다루기 시리즈에서는 특별히 퀵드로우에 대해 이야기해 볼 것입니다. 아마 클라이머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일 텐데요. 암장에서 여러 개의 퀵드로우를 대여해서 살펴보면, 비너의 방향이 제각각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몇 개는 아래 사진처럼 서로가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클립을 하는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고, 그 대화를 토대로 블랙다이아몬드 클라이밍 카테고리 디렉터 콜린 포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과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로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조 킨더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십수 년 경력의 조 킨더 선수는 지금까지 최고 5.14d급 루트까지 등반했으며, 미국의 수많은 유명한 루트를 볼팅하기도 했습니다. 퀵드로우의 방향에 관해 묻자 그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습니다.
“저는 반대 방향이요.” 그가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친구들과 퀵드로우를 같이 쓸 때, 제 퀵드로우가 다른 친구들 것과 섞이지 않게 하려고 제 것은 눈에 띄게 반대로 걸어놨었어요.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졌죠. 퀵드로우가 반대로 있어서 더 위험하거나 한 적은 없었어요.”
우리는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사진작가이자 탐험가인 팀 켐플 선수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반대 방향이요. 이유는 잘 몰라요. 그냥 처음부터 계속 그래왔어요.” 그가 말했습니다.
뭐… 켐플 선수는 90년대에 조 킨더 선수와 등반을 같이 시작했으니 그럴 법도 하네요. 다른 의견도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리 솔로 클라이머는 어떨까요? 네, 맞습니다. 알렉스 호놀드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호놀드 선수답게 아주 간단하게 답하는군요.
“그게 뭐 중요한가요.”
더 자세한 의견을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딱히 선호하는 방법은 없어요. 두 개 차이점도 잘 모르겠고요. 그냥 되어 있는 대로 쓰는 편이에요. 파트너가 해놓은 것을 그대로 쓰기도 하고요.”
호날드 선수는 그렇다는군요. 그 말이 맞는 거 같네요.
야코포가 쏜살같이 대답했죠.
보통은 같은 방향으로 거는 편이에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별다른 이유 없이 그래왔던 것 같아요.
물론 밥시 선수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반대 방향이 두 명, 같은 방향이 두 명이고…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있었죠.
선수들의 의견을 좁히기 위해, 선수들만큼 등반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그들 못지않게 등반을 사랑하는 한 명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사진작가이자 모험가인 크리스 부어카르트를 찾아갔죠.
부어카르트의 대답은 역시나 색다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보통 퀵드로우를 구매하면 비너가 같은 방향으로 있더라고요.” 그가 말했습니다. “뭐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 방향을 선호해요. 그냥 습관 같은 거죠.”
우리는 그의 대답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퀵드로우가 같은 방향을 한 채로 판매되고 있다고요?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넷을 조금 뒤져본 결과, 부어카르트의 말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대부분의 퀵드로우 제조업체가 비너를 같은 방향으로 걸어 판매하고 있던 것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판매하고 있는 업체도 있었지만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
더욱더 흥미로운 사실은 약 10년 전 블랙다이아몬드가 비너를 반대 방향으로 걸어 판매하고 있던 업체 중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연구소의 책임자이자 기어 전문가, 캐나다에서 온 수다쟁이 콜린 포윅을 만나볼 차례인 것 같군요.
그의 수다스러움에 대해 모르는 분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의 장점이기도 하죠. 전 세계에서 그만큼 클라이밍 장비를 세세하게 분석하고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퀵드로우의 비너는 같은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콜린 포윅이 새로운 클라이밍 카테고리 디렉터로 등극한 이후 블랙다이아몬드에서 반대 방향의 퀵드로우는 없어졌습니다.
콜린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야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과학적인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인 이유이죠.” 콜린이 말합니다.
“과학적인 이유를 먼저 설명하자면, 퀵드로우에서 아래쪽 비너의 게이트는 등반자의 진행 방향과 반대를 향하고 있어야 하는 게 맞지요?”
맞아요. (실제 대화에서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콜린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냥 듣기만 하는 게 상책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퀵드로우의 비너가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면, 등반자가 오른쪽으로 나아갈 경우에 게이트는 등반자의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인 왼쪽으로 향하게 하겠죠? 그러면 로프가 위로 당겨질 때 볼트 걸이를 기준으로 퀵드로우의 상단 비너도 같이 회전하게 됩니다. 등반자가 추락하면 상단 비너의 등 쪽이 볼트 걸이와 일자로 나란히 놓이게 되고, 이 경우에 카라비너의 주축을 따라 힘이 실리게 되는데, 하중을 견디기 가장 좋은 구조가 되는 것이죠.”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의 말처럼 퀵드로우가 볼트 걸이와 맞물려 게이트가 쉽게 열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요.
“오른쪽으로 등반하는 경우에 하단 비너는 왼쪽, 상단 비너도 왼쪽. 간단하죠. 이러면 헷갈릴게 없어요.”
콜린이 말한 “볼트 걸이” 시나리오 때문에 누군가가 실제로 위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을 권장 드리는 바입니다. 게다가 비너의 위치 때문에 고민하다가 펌핑이 와서 온사이트에 실패하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블랙다이아몬드는 여러분이 비너를 같은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다이아몬드는 콜린의 의견을 따라 10년 전부터 퀵드로우의 비너를 같은 방향으로 걸어 판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기 전에 또 다른 클라이머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최강 클라이머의 생각을 들어봐서 나쁠 건 없으니깐요.
리드 월드컵 금메달리스트이자 5.14d 온사이트, 그리고 현존하는 유일한 5.15d의 완등자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아담 온드라 선수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같은 방향이요. 특히 링(체코 대부분의 사암에 설치된 확보물)에 클립 할때는 그게 더 안전해요.”
보셨죠?
아담 온드라 선수가 비너를 같은 방향으로 건다면… 우리 모두 그리해야죠.
-블랙다이아몬드 컨텐트 매니저 크리스 파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