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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클라이밍 문외한을 위한 스피드 백서

최근 화제의 종목 스피드 클라이밍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비판도 피할 없어 보입니다. 오늘은 스피드 클라이밍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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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클라이밍이 공식 종목으로 인정된 2020년 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모두의 이목이 바로 이 종목에 쏠리고 있습니다.

스피드 클라이밍이죠.

아, 다시 제대로.

스!피!드! 클라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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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케이티 다넨버그

스피드 클라이밍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는 올림픽 협회가 리드, 볼더링, 스피드 세 종목을 콤바인이라는 하나의 종목으로 묶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위원회의 결정에 가장 애를 먹는 것은 바로 선수들입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아담 온드라 선수도 최근인터뷰에서 스피드 클라이밍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따로 훈련해 본적도 없는 종목이지만, 일단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니 받아들여야죠.” 온드라 선수가 말합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가 싫어하는 것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점입니다. ”

대중은 온드라 선수의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물론 온드라 선수보다 더 격양된 표현을 사용했지만요.

“스피드 클라이밍 진짜 구려.” 한 댓글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클라이밍도 아니잖아.”

또 다른 댓글에는

“온드라가 스피드 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암에 걸릴 것 같애.”

“스피드는 너무 평범하잖아.”라는 의견도 있었죠.

스피드 클라이밍이 올림픽 종목에 편입된 순간부터 스피드는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아야 했지만, 항상 동전에는 양면이 있는 법.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종목에 대한 대중의 관심 또한 커졌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급히 떠오르고 있는 스피드 클라이밍 종목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피드 루트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스피드 클라이밍 경기에서 사용되는 루트는 퐁텐블로의 선구자로 이름을 날린 프랑스 출신의 볼더러 재키 고도프가 세팅한 루트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5년, 당시 IFSC 루트 세터 대표 위원회의 일원이었던 재키는 “농담 삼아” 새로운 스피드 표준 루트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네, 스피드 대회는 그전부터 열리고 있었지만, 그때는 월드컵 대회마다 매번 새로운 루트를 세팅하던 시절이었죠.

“독특한 테마의 홀드를 사용해서 새로운 스피드 루트를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블랙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에서 재키가 말합니다. “당시 모두들 제가 미쳤다고 했지만, 몇 주 후 그들이 먼저 저에게 실행에 옮겨보라고 연락이 왔죠.”

재키는 뛰어난 볼더러 였지만 동시에 스피드 클라이밍에서도 알아주는 클라이머였습니다.

“당시 선수로 활동하며 대회에 참가했었는데, 볼더링이 주 종목이긴 했지만 스피드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았어요. 아르코에서 열린 대부분의 스피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죠. 스피드를 따로 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왜 스피드에서 성적이 좋았는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스피드만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 후 재키는 장장 6개월에 걸쳐 “하늘을 나는 새”의 형상을 딴 스피드 홀드를 디자인했습니다.

또한 재키가 고안한 15m (49fts) 높이의 경사가 살짝 있는 벽은 오늘날까지도 스피드 클라이밍 경기의 표준 벽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레이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재키의 말에 따르면 발 홀드 없이는 6c (5.11b)이고 더 빨리 등반할수록 더 쉬워진다고 합니다.

현 미국 여자 스피드 챔피언이자 블랙다이아몬드 선수인 클레어 버파인드는 스피드 루트가 5.10 정도라고 말합니다.

“근데 스피드 루트는 느리게 등반하면 훨씬 더 어려워요.” 클레어가 웃으며 말합니다.

클레어는 또한 지난 수년간 스피드 루트가 아주 살짝 변화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클레어는 유스팀에 있을 때 처음 스피드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당시 텍사스 팀 소속의 열살 소녀였던 클레어는 홀드가 미세하게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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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케이티 다넨버그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바뀌었어요.” 클레어가 말합니다. “예전에는 분명 상단 홀드가 큰 크림프였는데 지금은 인컷 저그가 되었죠.”

추가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실 스피드는 자세만 잘 잡는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제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도록 하죠.

베타

같은 루트, 같은 홀드, 같은 베타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가장 많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베타는 존재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스피드 클라이밍이죠.

“사람마다 체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가장 잘 맞는 베타를 찾아야 해요.” 클레어가 말합니다. “따라서 베타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똑같은 동작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미세한 차이점이 많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베타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상 판독”을 통해 취약점을 찾는 것이라고 클레어는 말합니다.

5be23eee6dde1826791764Video: Jon Glassberg

“특히 영상을 판독할 때는 스피드를 잘 아는 클라이머와 함께하는 것이 좋죠.”

그녀는 개인적으로 루트의 가장 왼쪽에 위치한 세 번째 발 홀드를 정확하게 딛고 점프하는 것이 기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있는 힘껏 뛰지 않으면 몸이 옆으로 흔들리더라고요.” 그녀가 말합니다. “그러면 위로 나아가는 반동이 줄어들게 돼요. 최고 기량의 스피드 선수들을 보면 마치 위로 일직선을 그리며 오르는 것 같이 보이죠.”라며 그녀가 설명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미세한 차이일 뿐이고, 결국엔 같은 홀드를 사용하는 것은 맞잖아요?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흥미로워지기 시작하죠.

온드라 선수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스피드 최고 기록이 다시 한번 경신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현재 스피드 남자 최고 기록은 이란 출신의 스피드 황제 레자 알리푸르 선수가 보유한 5.48초이며, 여자 기록은 러시아 출신의 아율리아 카플리나 선수의 7.32초 기록입니다. 약 15m를 8초보다 적은 시간에 오르는 것이죠.

과연 여기서 더 빨라질 수 있을까요?

온드라 선수의 말에 따르면 최근 기록을 더 단축시킬 수 있는 새로운 베타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토모아 나라사키 선수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어요.” 온드라가 말합니다. “왼발을 손 홀드 옆에 두면서 좌측 4번째 홀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온드라 선수는 이 방법이 “꽤나 어렵다”라고 말합니다.

“볼더러들한테 더 맞는 베타에요.” 그가 설명합니다. 일본에서 온 절대강자 토모아 나라사키 선수처럼요.

“그 동작 하나가 볼더링 그레이드로 7A나 7B(V7/8) 정도 될 것 같아요.” 온드라가 웃으며 말합니다.

속도는 더 빠른가요?

“더 빨라요.” 그가 말합니다. “기존의 스피드 선수들하고는 잘 안 맞을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최근 열렸던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나라사키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이 새로운 베타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성공률이 굉장히 낮은 동작이기 때문이죠.

이 베타가 올림픽에서 스피드 기록을 경신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지켜볼 문제입니다.

speed.9사진: 케이티 다넨버그

비판

먼저 스피드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매우 간단합니다. 두 명의 클라이머가 나란히 똑같이 생긴 “표준” 루트를 동시에 오릅니다. 심판의 구령에 맞춰서 경기가 시작되고 클라이머들은 완등 지점을 향해 질주합니다. 클라이머가 벽 꼭대기에 위치한 센서를 손으로 터치하면 경기가 종료됩니다.

과거 IFSC에서는 선수 한 명당 두 명의 빌레이어를 배정했습니다. 네. 두 명이나요. 7초 안에 벽을 오르는 스피드 선수의 속도를 한 명의 빌레이어가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늘날엔 오토빌레이가 대회에서 사용됩니다.

“사실 오토빌레이가 훨씬 더 안전해요.” 클레어가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리노에서 열린 선수권 대회에서 존 브로슬러 선수가 벽을 오르는 중 빌레이어 한 명이 줄을 밟고 넘어져서 줄이 등반자와 함께 당겨 올라간 일이 있습니다.”

그 순간 6초의 기록으로 완등 지점에 도달한 브로슬러 선수는 상단 센서를 손으로 터치했고 그대로 몸을 날려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관중 중 한 명이 재빨리 무대 위로 난입해 줄을 잡았고 추락하는 선수를 무사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어떤 일이건 순식간에 일어나요.” 클레어가 말합니다. “저는 그래서 사람보다는 오토빌레이를 더 신뢰한답니다.”

장비에 관해 이야기해보자면, 클레어는 고무가 부드러워진 신발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닳아서 헤진 암벽화가 제격이라는 말이죠. 하네스는 최대한 가볍고 유연한 재질을 사용합니다. 때문에 온드라와 클레어 선수 모두 BD Zone 하네스를 사용하고 있죠. 또한 9초 내에 손에 다시 초크를 묻히거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초크백 또한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 참, 위 사진의 온드라 선수처럼 딱 붙는 의상을 소화할 수 있다면 도전하세요! 사실 온드라 선수의 복장은 그의 코치가 결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기록은 100분의 1초까지 계산되며 앞서 언급한 상단의 전자 센서와 바닥에 위치한 전자 패드에 의해 측정됩니다. 이 전자패드는 선수가 원하는 위치에 어디든 놓을 수 있으며, 한 발을 올린 채 시작합니다.

전자매트는 부정출발을 잡아내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선수가 양손으로 시작 홀드를 잡은 후 한 발은 매트 위에, 다른 한 발은 벽에 위치한 채로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부정출발이 꽤나 빈번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선수가 심판의 시작 신호보다 100분의 1초만 더 빠르게 반응해도 안되는 것이죠. 이럴 경우엔 양 선수 모두 즉시 경기를 중단하고, 부정 출발을 한 선수는 실격 처리되며 나머지 한 선수만 혼자 벽을 오르게 됩니다.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죠.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제때 출발을 한 경우엔 이야기가 다릅니다. 스피드 클라이밍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경기가 됩니다. 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나란히 벽을 오르는 두 명의 선수는 100분의 1초를 겨루는 치열한 경합을 벌이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온드라 선수는 경기 시간이 너무 짧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단 대회는 관객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온드라는 말합니다. “제가 관객이라면, 스피드 경기가 너무 짧다고 느껴질 것 같아요. 100m 달리기 경기도 5.5초보다는 길잖아요.”

그렇다면 온드라 선수의 대안은 무엇인가요?

“루트를 더 길게 만들거나, 아니면 더 어렵게 만들거나 해야겠죠.” 그가 말합니다.

speed.8사진: 글라스버그

 

스피드 클라이밍의 미래

스피드가 올림픽 종목에 채택된 후, 그 동안 월드컵에서 외톨이 격이었던 종목이 한순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을 떠나서, 스피드 클라이밍이라는 종목이 그 자체로 세계의 클라이머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온드라 선수는 스피드 표준 루트가 바뀌지 않는 것이 가장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약 13년 전, 지금의 “표준” 루트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루트가 매 대회마다 달랐다고 온드라는 말합니다.

“그때가 훨씬 더 흥미로웠어요.” 그가 말합니다. “그때는 루트에 빨리 적응하는 능력까지 필요했으니깐요.”

예를 들어, 예선전에서 선수들은 먼저 루트를 온사이트로 시도하게 됩니다. 따라서 속도는 물론 훨씬 느려지지만, 다음 라운드인 준결승전에서는 점점 더 빨라지게 되고, 선수들은 마지막 결승전에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게 되죠.

오늘날의 표준 루트를 제작한 재키 또한 루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루트를 바꾸자고 요청했어요. 더 발전되고 긴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죠.” 재키가 말합니다. “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무언가를 바꾸기란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도쿄 올림픽 이후에는 새로운 루트를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일단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지금의 표준 루트가 사용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그전까지 앞으로 2년 동안 스피드 클라이밍이 발전할 수 있을까요?

“스피드 클라이밍이 하나의 개별 종목으로서 볼더링이나 리드 종목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스피드 선수이면서 또한 미국 리드 챔피언인 클레어가 말합니다. “하지만 올림픽 덕분에 더욱더 많은 선수들이 스피드에 참가하게 될 것이고 결국 더 빠른 시간 기록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클레어 선수는 스피드가 특히나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머지않아 바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speed.12사진: 글라스버그

speed.7사진: 글라스버그

speed.14사진: 케이티 다넨버그

욕설을 퍼붓는 악플러들에게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스피드 클라이밍에 대해 욕과 악담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 또한 가끔은 스피드에 대해 심한 말을 하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결정 난 일이에요. 다들 이제는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하나의 종목으로 인정해 줘야죠.”

그녀의 말이 맞습니다.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인 일본 볼더링 챔피언인 미호 노나카 선수와 같은 슈퍼스타도 이미 스피드에서 9초대의 기록을 보이고 있으며, 콤바인 월드 챔피언 야콥 슈베아트 선수 또한 7초를 자랑하고 있죠.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상위 클래스의 선수들은 콤바인 종목을 굉장히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어요.” 클레어가 말합니다. “스피드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