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다루기: 하네스에 로프를 어느 방향으로 통과시켜야 할까?
아래에서 위로? 아니면 위에서 아래로? 로프는 과연 어느 방향으로 통과시키는게 맞을까요? 오늘 “장비 다루기”에서는 하네스에 로프를 묶는 두 가지 방법 중에 어떤 것이 더 안전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렇게나 막중한 작업에는 분명히 누구나 따라야 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겠죠?
음, 그렇진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 아침 일찍 출근한 블랙다이아몬드 카테고리 디렉터이자 장비 마스터 콜린 포윅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가는 실눈을 뜬 채 고민에 잠긴 그는 그날 아침 암장에서 그가 목격한 것을 골똘히 생각 중이었습니다.
“어떤 클라이머가 위에서 아래로 로프를 넣는 거야!” 그가 외쳤습니다. 하네스에 로프를 위에서 아래로 통과시키는 클라이머를 봤다는 것이죠.
콜린 포윅에게는 그 광경이 굉장히 이상해 보였던 것입니다. 지난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는 항상 로프를 아래에서 위로 꿰었기 때문이죠.
“모두가 아래에서 위로 하는 거 아니었어?”
먼저 콜린의 의혹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실제로 대부분의 클라이머들이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의 첫 번째 후보인 여자부 리드/스피드 클라이밍 현 미국 챔피언인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클레어 버파인드 선수의 생각을 들어보도록 하죠.
클레어 선수 개인이 로프를 묶는 방식을 묻자, 흥미롭게도 그녀는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녀가 매듭을 묶을 줄 모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단지 그것이 그녀에게 무의식적이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항상 같은 방향으로 매는 것 같기는 해요.” 그녀가 설명합니다. “저는 밑에서 위로 묶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해오던 습관 같은 건데, 처음 보울라인 매듭을 배울 때 코치가 알려준 그대로 따라 했던 방식을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죠. 반대로 해보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어요. 최소한 제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으니깐요!”
그렇군요, 미국 여성 리드 챔피언은 아래에서 위로 로프를 묶는다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그녀가 보울라인 매듭법을 사용한다는 것도 추가로 알 수 있었죠.
그렇다면 남자부 챔피언은 어떨까요?
남자부 리드 현 미국 챔피언이자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션 베일리 선수에게 물어볼 차례입니다.
“아래에서 위로요.” 그가 말합니다. “딱히 이유는 없어요. 처음에 그렇게 배웠으니깐요. 반대로 한다면 이상할 것 같아요.”
세계적인 클라이머이자 블랙다이아몬드 소속인 팍시 우소비아가 선수 또한 “아래에서 위로” 로프를 묶는다고 말합니다. 5.14c를 세계 최초로 온사이트한 팍시 선수는 전문가 중에서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죠.
현재 아담 온드라 선수 이외에 다른 제자를 두고 있지 않은 팍시 선수는 여기에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아래에서 위를 향하게 로프를 묶으면 8자 매듭을 바로 앞에서 맬 수 있게 됩니다.” 그가 말합니다.
로프를 아래에서 위로 매게 되면 8자 매듭을 묶는 과정을 눈으로 찬찬히 따라가며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온드라 선수는 어떨까요? “아래에서 위로”파인 그의 코치의 말을 들었으니, 이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클라이머의 의견을 들어볼 차례입니다.
우리는 인스브루크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 중인 온드라 선수를 만나 그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매듭에 따라 달라요.” 그가 답합니다.
“보울라인 매듭일 때는 위에서 아래로 매고,” 온드라 선수가 말합니다. “8자 매듭일 때는 아래에서 위로 매죠.”
아 하! 그렇군요. 온드라 선수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연이어 말합니다. “저는 8자 매듭을 싫어해요. 그래서 보울매듭만을 사용하죠.”
뭐, 지금 여기서 보울라인과 8자 매듭 중에 무엇이 더 좋은 매듭인지까지 깊게 파고 들어가지는 않겠습니다. 지금은 콜린 포윅이 헛것을 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일 뿐이죠.
블랙다이아몬드 유럽지부의 마케팅 및 전자 상거래 매니저인 수잔 프랭글은 로프를 위에서 아래로 꿴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더블 보울라인 매듭을 사용하는데, 위에서 아래로 로프를 넣습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그래야 길이를 재기가 더 쉬워요. 로프를 딱 무릎까지 올 정도 길이로만 뽑으면 매듭을 묶고 나서도 로프가 길게 남지 않거든요.”
수잔은 차고 있는 하네스의 고리에서부터 로프를 당겨와 위에서 아래로 로프를 통과시킨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로프가 무릎까지 닿으면 그때가 매듭을 짓기 가장 좋은 길이라는 계산이죠. 이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설명입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유럽 지부의 세일즈맨인 모리츠 브랙 또한 로프를 위에서 아래로 묶는다고 합니다.
“살다 보면 그냥 생각하지 않고 하는 일들이 있죠. 별다른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고 하는 행동들이요.” 그가 말합니다. “저에겐 이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동이었어요.”
모리츠 또한 보울라인 매듭을 사용하는데, 로프를 위에서 아래로 묶으면 자연스럽게 하네스 위에서 로프를 묶게 되기 때문에 편하다고 말합니다.
“이 방법이 안전하지 않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가 연이어 말합니다.
그렇죠.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남았네요. 위에서 아래던 아래에서 위, 누가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간에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안전한가?”일 것입니다.
결론
제일 처음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 콜린 포윅을 찾아가 두 방법의 안정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죠. 지난 11년간 블랙다이아몬드에서 장비를 다뤄온 콜린 포윅은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공학과 클라이밍 장비 분석에 쏟았습니다. 그라면 분명 분명한 의견을 말해줄 것입니다.
“밑에서 위로!! 항상!!”이라고 우리의 장비 마스터는 말합니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가 말하는 두 가지 큰 이점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죠.
두 개의 루프에 로프를 정확히 묶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을 텐데요. 로프를 꼭 아래에서 위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을 밑 받쳐 줄만한 이유가 되는 것일까요?
“실험을 통해 레그 루프가 추락 시 발생하는 충격의 70~80 퍼센트 가량을 흡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콜린이 말합니다. “따라서 만약 하나의 루프에만 로프를 묶어야 한다면 레그 루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군요. 로프를 아래에서 위로 통과시키면 확률적으로 가장 많은 충격을 흡수하는 레그 루프 최소 한 개는 먼저 확보하고 가는 것이니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네요.
그러나 다소 황당하지만 이런 주장도 할 수 있겠네요.
“레그 루프에만 로프를 묶는다면, 그래요, 대부분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죠. 하지만 그 경우 몸이 뒤집혀서 하네스 밖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요… 차라리 허리 벨트의 루프에 매는 것이 ‘더 안전’해요. 이게 옛날 사람들이 하던 방식이기도 하고요. 그때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했잖아요.”
“제 친구 중에 한 명은 줄을 묶을 때 항상 벽에 머리를 박고 서있어요.” 콜린이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 중요한 거 하고 있으니 말 걸지 말고 집중하게 놔둬라’라는 암묵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콜린 포윅의 결론이 뭐냐고요?
“로프를 묶을 때는 항상 레그 루프와 허리 벨트 루프를 둘 다 사용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지 간에 두 개의 루프를 확실하게만 사용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물론, 로프를 매는 방식은 각자가 사용하는 매듭에 큰 영향을 받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온드라 선수를 비롯해서 8자 매듭을 사용하는 클라이머들은 모두 “아래에서 위” 방식을 더 선호했던 반면, 보울라인을 사용하는 클라이머들은 “위에서 아래” 혹은 “아래에서 위” 두 가지 모두 사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로프를 위에서 아래로 묶으면서 8자 매듭을 사용하는 클라이머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있을까요?
댓글을 통해 여러분이 사용하는 각자의 방법을 알려주세요.
–사진: 앤디 얼, 빌 사운더즈, 콜렛 맥클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