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C LAB: 오래된 스크류 구멍을 재사용하는 것의 위험
누구나 솔깃할 만한 상상을 한번 해보죠. 등반 중인 당신은 지친 체력과 시간을 아끼고 싶어 합니다. 그때 마침 허리 근처에 누군가가 미리 뚫어 놓은 구멍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신은 여기서 생각하죠. “과연 아이스 스크류 구멍을 재사용해도 되는가?” 이번 겨울특집 QC Lab에서는 블랙다이아몬드 카테고리 디렉터 콜린 포윅과 함께 아이스 스크류 구멍의 재사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Ice Climbing Anchor Strength: An In-Depth Analysis
이들이 수행한 연구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실험 결과에서 보이는 앵커 내구성의 가변성 때문에, 재사용된 구멍이 국제산악연맹에서 제시하는 추락계수를 존재하는 모든 상황에서 견디기엔 너무 약하다는 그 어떤 가설도 세울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재사용된 구멍이 기대했던 것보다 강하고 새로 뚫은 구멍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재사용된 아이스 스크류는 새로 뚫린 구멍만큼이나 튼튼하다. 오랜 시간 동안 얼음이 다시 얼며 작아진 구멍의 지름이 큰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정말 좋은 정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글로 쓰여진 이들의 실험 결과에 대해 더 자세히 논하진 않겠습니다. 대신에 저는 이들의 연구가 이루어진 후에 일어난 장비의 발전에 초점을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알루미늄 아이스 스크류입니다. 위의 연구는 2008년에 시행되었습니다. 당시 장비였던 여러 브랜드의 스틸 아이스 스크류를 사용했죠. 오래된 구멍을 재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같은 브랜드의 같은 스틸 스크류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여러 브랜드에서 알루미늄 스크류를 개발해 출시했습니다.
서로 다른 지름의 스크류들
너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물리법칙이나 서로 다른 재료들의 내구성에 관해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 30년 전 공학 수업 때 배운 내용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요.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스틸은 알루미늄보다 튼튼하다 – 당연한 얘기
- 알루미늄은 스틸보다 가볍다 – 뻔한 얘기
- 실린더나 튜브의 경우에 내구성이 약한 재료를 사용하면(예를 들어 스틸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같은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튜브의 지름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스크류의 대략적인 지름 크기 (스크류 끝부분에서 측정):
Petzl |
16.5mm |
Grivel 스틸 |
17.0mm |
BD 스틸 |
17.2mm |
Petzl 알루미늄 |
17.9mm |
BD 알루미늄 |
19.2mm |
이게 중요한 이유는 만약 여러분이 스틸 스크류를 사용하고 있는데 더 큰 지름의 스크류(알루미늄 스크류)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구멍을 재사용하게 된다면, 위에서 언급된 연구의 결과에서처럼 강도가 비슷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크류를 루프에 설치해야 하는 것과 같은 정말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스크류가 그냥 뽑힐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경우에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확률은 꽤나 낮습니다. 알루미늄 스크류로 만들어진 큰 구멍에 스틸 스크류를 설치하려 하면 공간이 남는다는 것을 등반자가 자연스레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스틸 스크류로 만들어진 작은 구멍에 알루미늄 스크류를 사용할 때도 무언가 뻑뻑하다는 걸 자연스레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스 스크류의 실험은 꽤 더딘 작업임과 동시에 실험 결과 또한 일관적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해야 하는 일도 매우 많죠. 깊이 있는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친 마크와 스테판에게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즉시 지름이 다른 스크류를 사용했을 경우에 주목할만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실로 달려갔습니다. 아래 실험 결과는 단 한 번의 실험 결과일 뿐이며 정확한 통계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테판과 마크의 논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 또한 포함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스크류가 바람직하지 않은 각도로 설치되어 있을 경우, 빠르고 갑작스럽게 실린 하중과 천천히 당겨지는 하중 모두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0~20도 사이가 가장 이상적인 각도이며, 스크류 구멍의 재사용 실험에도 이와 같은 각도의 스크류를 사용했다.
제품 |
결과 | % 수치 |
BD 스틸 스크류 재사용 – 13cm |
11.64kN |
116% |
BD 알루미늄 스크류 재사용 – 16cm |
14.18kN |
142% |
Petzl 스틸 스크류 알루미늄 구멍 – 13cm |
5.47kN |
55% |
BD 스틸 스크류 알루미늄 구멍 – 13cm | 6.96kN |
70% |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실험에 사용한 얼음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서 상태가 최고로 좋은 얼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상태의 얼음은 자연에서 찾아볼 수 없죠. 대부분의 아이스 스크류의 내구성은 얼음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스틸 스크류를 알루미늄 구멍에 설치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실험에서는 얼음이 다시 얼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스크류를 바로 다시 사용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알루미늄 스크류를 설치하고, 꺼내자마자 스틸 스크류를 다시 설치했죠.
하루나 이틀 정도 얼음이 다시 얼 수 있는 시간을 줬을 경우에는 결과가 지금처럼 뻔한 결과를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과
위의 실험에서는 같은 지름의 스크류를 같은 지름의 구멍에 재사용했을 경우 스크류가 부러지거나 10kN 보다 더 큰 하중에서 스크류가 버티지 못하고 뽑히는 반면 더 작은 지름의 스틸 스크류를 알루미늄 구멍에 재사용 했을 경우 스크류가 10kN보다 훨씬 더 낮은 하중에도 버티지 못하고 뽑히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따라서 스틸 스크류를 아직 새로 얼지 않은 알루미늄 구멍에 재사용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얼음이 다시 얼 수 있는 시간을 주었을 경우에는 등반자가 스크류를 설치할 때 지름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만 더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알루미늄 스크류(더 큰 지름의 스크류)를 오래된 스틸 스크류 구멍(더 작은 지름의 구멍)에 재사용하는 것은 새 얼음에 스크류를 설치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실험하지 않았습니다.
결론
항상 안전 등반하시고, 잊지 마세요. 아이스 클라이밍은 무엇보다도 선등자가 추락해선 안된다는 것을요.
-콜린 포윅 (K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