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 매킨타이어: 아르헨티나 안데스산맥에서의 스키 & 클라이밍
스키와 클라이밍의 조합이요? 더할 나위 없이 최고죠!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매리 매킨타이어(Mary McIntyre)의 스키와 클라이밍이 결합된 아르헨티나 안데스산맥으로의 모험을 아래 글에서 자세하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 베네가스 브라더즈 프로덕션
안데스에서 생활한 지 어언 한 달, 올겨울 기록적으로 내린 눈에도 불구하고 스키를 제대로 즐겼던 날을 세어보면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파타고니아에서부터 불어오는 거센 겨울바람이 우리의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었습니다. 곧 여름인 남반구를 떠나야 하는 날을 불과 며칠 앞으로 남겨두고 기적처럼 찾아온 좋은 날씨는 우리에게 스키를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선사했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프레이 산장에서 짐을 꾸려 토레 프린시팔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바릴로체(Bariloche)의 맑은 하늘 아래, 홀로 우뚝 솟은 토레 프린시팔(Torre Principal)은 구름을 뚫는 손가락 모양의 화강암 산입니다. 알프스 호수에 위치해 1950년대부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프레이 산장과 산장을 둘러싸고 있는 뾰족한 능선 너머 보이는 토레 프린시팔은 여름철 전 세계의 클라이머들을 유혹합니다. 겨울철에는 클라이머들의 발걸음이 비교적 뜸해지지만, 어프로치와 하강을 스키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추가적인 매력입니다. 프린시팔 북쪽 능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프레이 산장 식당 창문 너머로 보이는 협곡 라인 중 하나를 정해 스키를 타고 올라야 합니다.
등반 장비를 잔뜩 짊어진 스키 어프로치 때문에 땀에 흠뻑 젖은 우리의 피로를 시켜주는 능선의 시원한 바람이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이제 곧 여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차가웠죠.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인 리자드 헤드에서부터 프레이 산장을 향해 스키를 타고 하강하자 산장지기인 파나 씨가 우리의 노고를 달래주기 위해 커피와 피자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폭풍우 속에서 바깥으로의 출입이 단절된 채 몇 날 며칠을 오래된 산장에 틀어박혀 있어야만 하는 그의 겨울 나날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다른 스키어들이 몇 있었지만, 이렇게 굉장한 스키 지대를 코앞에 둔 산장이란 걸 고려했을 때 사람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바람 한 점 없이 눈이 녹을 정도로 화창한 날씨에 우리는 프린시팔 북쪽 고개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아침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꽁꽁 얼어있었던 눈이 반죽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스키를 능선에 버려두고 등반에 필요한 장비만 챙겨 짐을 축소한 뒤 프린시팔로 향했습니다.
처음 몇 피치 동안은 스키와 폴 없이 제 발로 직접 걷는 것에 다시 익숙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화강암 꼭대기를 오르며 저는 지속적으로 암벽화 고무에 묻는 눈을 털어내야 했습니다. 중간에 멈춰 위를 올려다보니 머리 위로 커다란 세 마리의 콘도르 독수리가 그들의 왕국에 온 걸 환영하듯 고개를 까딱이며 날고 있었습니다. 능선을 넘어 첫 침니 구간에 도달한 이후로는 제가 윌리 베네가스의 빌레이를 보았습니다. 그는 여러 재밍 기술을 사용하여 침니 구간을 등반했고, 그의 뒤를 이어 등반한 저는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툭 튀어나온 얼음덩어리에 몸이 끼어 빠져나오지 못 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저그가 많은 수직의 페이스 구간을 통과하자 다시 크랙이 나왔고 저는 그곳에서 70년 전에 설치된 빛바랜 나무 피톤에서 윌리가 설치한 퀵드로우를 회수했습니다. 윌리는 그늘이 드리운 꼭대기 피치를 마치 춤을 추듯 쉽게 오른 반면, 저는 살짝 경사가 있는 정상 직전에 있는 거대한 페이스 구간을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마침내 두려움과 공포가 컸던 만큼 찾아오는 기쁨과 환희는 배가 되었습니다. 늦은 오후 저문 햇빛이 드리울 때쯤 우리는 정상에 서 있었습니다. 지평선은 푸르른 호수와 눈 덮인 산맥으로 가득했고, 차가운 바람에 우리는 재킷을 가득 껴입었습니다. 얼마 후 우리는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쯤 하강하여 봉우리에서 내려왔습니다.
협곡은 부서지기 쉬운 얼음조각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무섭고도 힘든 하강 직후, 우리는 호수를 따라 산에서 내려갔습니다. 파나 씨의 피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죠. 산장은 여행에서 돌아온 스키어들로 북적거렸고 우리는 테이블 구석에 앉아 동료 스키어들과 그날 있었던 모험에 대해 떠들었습니다. 난로 위에는 동물 박제와 부츠 라이너가 전시되어 있었고 벽은 지난 수년간의 모험을 통해 쌓인 사진, 지도 및 여러 등반용품들로 가득했습니다. 능선의 산봉우리들 위로 은하수가 드리웠고, 차가운 저녁 공기는 쌓인 눈을 단단하게 얼리며 내일의 모험을 준비했습니다.
“좋은 아침!” 다음 날 아침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파나 씨의 손에는 갓 구운 빵이 가득한 바구니가 들려있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크림이 가득 올려진 커피를 건네며 우리가 주목할만한 몇 협곡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뭉크(Monk)와 센트럴(Central)이 오늘의 목표였죠. 아침 햇살에 눈은 빠르게 녹았고 꽁꽁얼은 얼음과 물이 고인 웅덩이 사이사이에 스키를 타기 좋은 코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여행은 저의 스키 욕구를 충분히 해소시켜주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북반구로 가서 추운 겨울을 스키와 함께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납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선수 매리 매킨타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