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C LAB: 닳아버린 앵커의 강도
수 많은 클라이머의 로프를 내려주면서 암장의 앵커와 비너, 체인 링크는 닳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닳아버린 앵커는 과연 안전한 걸까요?
집과 가까운 인공 암장이든 지중해의 아름다운 암벽이든, 클라이머는 모두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스포츠 루트를 다 오르고 나서 앵커에 로프를 막 클립하려고 했는데, 수도 없이 클라이머를 내려주고 또 톱-로핑을 하는 바람에 그 앵커에 위험한 홈이 남아 있음이 보이는 경우 말입니다. 그렇게 홈이 푹 파인 앵커가 과연 견뎌줄지? 날카로운 모서리로 인해 로프가 손상되는 것은 아닌지?
최근 제 친구가 자기 지역 내의 스포츠 클라이밍 루트에서 로프로 인해 홈이 파인 앵커와 낡은 볼트의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친구에게 연락하여 낡은 앵커를 가져와 얼마나 강도가 약한지 테스트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실험은 각종 앵커의 기능적인 면이나 장단점을 깊이 다루지 않을 것이며 오직 한 스타일의 콜드 셧(cold shut) 앵커를 테스트 하고자 합니다. 단 한 번의 테스트와 2개의 데이터 뿐이며 무엇보다도 순전히 호기심 차원에서 진행한 것 입니다.)
[참조. 콜드 셧 _ 바아 스톡(bar stock)을 굽혀서 만든 고정 앵커 타입의 하나. ‘콜드 셧’은 열려 있을 수도 있고 (로프를 실려 있게 하는 단순하게 굽힌 형태의 고리) 잠겨 있을 수도 있다 완벽하게 용접하여 하나의 금속 고리가 되도록 만듦). 오픈 타입의 셧에다가 로프가 빠지지 않도록 게이트를 두기도 한다.]
제가 (실제로 제가 테스트하는 건 아니며, 이런 테스트를 하는 고도의 숙련된 엔지니어 팀이 있음) 전에 로프 홈이 파인 카라비너를 많이 테스트 해봤기에 어떤 장면을 보게 될지 미리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얼마 전 이 실험에 관한 컬럼을 쓴 적도 있고요.) 하지만 ‘콜드 셧’을 실제로 테스트 해본 적은 없어, 저희의 엔지니어로 하여금 이런 낡은 장비들을 테스트하고 새 장비와 비교하도록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테스트
테스트 샘플 앵커의 홈을 재어보니, 금속의 두께가 약 25%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앵커의 강도는 25% 약해졌을까요? 아닙니다.
• 로프 홈이 파인 두 개의 낡은 앵커 샘플을 테스트해보니 1059 kgf 및 1146 kgf에 이르자 파손되고 말았습니다.
• 반면 새 앵커는 겨우 666 kgf의 하중에서도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로프 홈이 파인 앵커가 어떻게 그리고 어째서 완전히 새 것보다 더 높은 하중을 견딜까요? 다음 테스팅 사진을 보십시오 (왼쪽이 사용하지 않은 새 앵커)
앵커의 파인 홈 덕분에 로프가 주축 선을 따라 그리고 앵커가 힘을 받는 방향과 직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새 앵커의 경우에는 하중이 증가함에 따라, 로프가 (주축 밖으로) 벗어나 더 작아진 하중에서도 외팔보방식으로 (cantilever) 터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두께가 줄어든 앵커의 홈이 인장 강도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그 홈이 로프를 앵커의 척추 방향에 안착하게 하여 더 많은 하중을 견뎌줍니다.
결론/코멘트/비고
• 홈이 파인 앵커는 가장 강력한 축과 일직선상에 하중이 실리게 하여 더 높은 하중을 견뎌줍니다.
홈이 있는 앵커가 더 강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더 좋은 앵커가 되는 건 아닙니다. 로프 홈이 있는 앵커와 비너의 예리한 모서리가 로프 외피를 손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등반 현장에서 불량한 상태의 앵커와 비너를보면, 그런 것을 교체하여 클라이머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합니다. 또한 그런 고정 앵커의 마모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퀵드로나 비너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 등반을 기원하며, K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