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맥레오드 : 미지의 세계
블랙다이아몬드 앰배서더인 데이브 맥레오드(Dave MacLeod)는 루트 세터가 될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미완성 프로젝트에 영감을 받아 등반의 진로가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어린 클라이머이었을 때는 신 루트 등반과 등반이 되지 않은 지역을 탐사하는 즐거움을 알지 못했다. 그 이후 내가 깨닫게 된 점은 자칫하면 블로그나 비디오나 잡지에서 보는 등반 지역이나 등반 루트에 마음이 이끌려 등반하기 쉽다는 것이었다. 미디어에 공표된 것이 자신의 등반 세계가 되고 마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나와있는 정보가 사실 상 자신의 등반을 결정하게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두 가지 계기로 인해 21살에 신 루트 탐사의 길로 나서게 되었다. 첫째 그 나이에 우연히 어느 바위 앞에 서 있었는데 그 암벽의 최고 루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의 바로 밑에 있었다. 등반된 적이 없는 곳이었다. 루트 개념도를 손에 들고 서있었는데 시도해보기 전에 그 등급과 동작이 어느 정도일지 알아보려고 했다. 한번도 등반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잠시 실망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마음이 좀 달라지면서 그 루트를 등반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이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또 나는 운 좋게도 클라이머가 열심히 등반하는 문화 속에서 그리고 엄청나게 다양한 아름다운 암벽과 산이 잔뜩 있는 나라에서 자랐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전통 식 등반을 하기 마련이라는 점도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사전 준비나 훈련이 필요 없다. 그저 암벽을 만나 루트를 등반하기만 하면 된다.
나도 많은 동료 클라이머 처럼 오늘날의 힘든 삶을 헤쳐 나아가느라 애쓰는 편이다.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등반할 때의 평온함과 고요함은 (설사 매우 격렬하고 힘든 루트이어도) 활력소와 같아서 등반 외의 모든 다른 일들을 잘 할 수 있게 해준다. 집에서는 나도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한다. 꼭 해야 할 일이 있고 끝내야 할 트레이닝 스케줄이 있다. 올해에는 Font 8C, 9a, 몇 개의 E9 전통 루트 그리고 매우 어려운 암빙벽 믹스 루트를 등반하기로 결심했다. 끝내야 할 등급도 있고 써야 할 책도 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삶의 균형감을 갖게 해주는 자연 속의 이런 시간이 없다면 정말 이런 삶을 지속할 수 없다.
인적 드문 이런 지역 안에서 이렇게 신 루트를 탐사하는 시간이 과연 나에게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 간단히 설명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며 에너지와 흥분, 의욕을 생기게 한다. 어려운 신 루트를 찾고 등반하는 과정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온 종일 야외에 나와 있다가 팔 힘이 다 빠지고 손이 엉망이 된 상태로 어두울 때 돌아 오면 정신적으로는 휴식을 취하게 되고 원기를 다시 찾게 됨을 느끼게 된다. 정말 굉장한 패러독스다.
과연 무엇이 내게 이런 좋은 효과를 미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찾는 멋진 루트 인적 드문 곳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사회적인 요소들과 신선한 공기와 힘든 신체 운동 단조로운 일과 집에서의 훈련에서 벗어나는 변화 아니면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인 곳에 있다는 것 자체인지 말이다. 이 모든 요소의 결합 때문임이 분명하다. 해볼 만한 좋은 프로젝트를 못 찾아도 심지어 비가 내려도 이런 산행이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더 그렇다.
매년 스코틀랜드의 여름에는 서부 해안의 섬으로 가서 수많은 해벽에 신 루트를 등반한다. 섬마다 나름의 개성이 있고 대개 그곳만의 독특한 바위의 타입이 있다. 이것은 아무리 해도 싫증이 안 날 것 같다.
어느 해변에 좋은 바위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과 온라인 상에서 흘깃 본 사진 한장 동료 클라이머들에게 들은 소문 또는 비 오늘 날에 장거리 하이킹을 하던 중 본 것을 통해서 탐사 한다.
때로는 전혀 좋은 것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개 삐죽한 갑(바다쪽으로,부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을 찾아 갔다가 정말 기막힌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그 다음 정말 열심히 등반을 한다.